Lost in Space

이모 할머니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.
아파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사고로 돌아가셨다.

새벽에 교회에 가시다가 돌아가셨단다.
그 분 댁 앞에 기찻길이 있는데, 공사 중이어서 차단기를 중지시켜놓은 걸
못 보시고 - 혹은 모르시고 - 길을 건너시다가 기차에 치여 돌아가신거라고 한다. 
 
왜 그 분이 그토록 믿던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그 분을,
그를 열정적으로 섬기며 따르는 양을 그렇게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'기차'로 죽였을까.
자신을 따르는 신앙인들을 그리도 사랑하는 하느님이라면,
그들에 한해서라도 장애나 질병, 사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데.
"그건 하느님께서 다 뜻이 있으셔서 그런 거에요."
언젠가 위 물음에 대해 한 독실한 신자가 내게 그렇게 대답했다.
나는 저 '깊고도 심오한 뜻'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,
무엇보다 별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.

검은색 아우라가 또 머리를 든다.
하지만 혼자서 하는 말이라면 오오라가 검든 희든 그건 별 상관이 없다.
물론 모든 신앙인이 다 그렇지 않다는 건 안다. 하지만.
어떤 신인가와는 상관 없이, 나는 유일신에 대한 믿음과 찬양이 싫다.
그 신을 향한 위선적인 신앙으로 이기심을 포장해놓은 경우가 많아서 싫다. 
모든 것을 신의 탓 혹은 공으로 돌리는 나약함 및 지나친 겸손이 싫다.




11월 12일, 한국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.
한국과 관련해서는 절대 심심할 일은 없지만, 굉장히 피곤하다.
잠시간은 고통스럽겠지만, 가능하기만 하다면 모든 끈을 놓고 싶다.


뭐,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.
내가 놓던가 말던가,
나 스스로도 바쁘고, 주변 사람들은 자기 말 자기 생각만 하고,
한국은 관심도 없을 거고, 나 하나 없어도 사회는 잘 굴러갈텐데 뭘.




그런데 아무 곳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인간, 나는 뭘까.
하긴. 나도 남말 할 거 없다. 음흉하게 속으로 별 생각 다 품고 있으면서.
Optimist Optimism 이런 거 써놓고, 다른 사람들한테 헤헤거리고 있으면서.

by Minsung♡ | 2009/11/12 14:34 | Noix de Coco | 트랙백 | 덧글(5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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